박상희는 우리 주변에서 발견되는 도시의 인공적인 풍경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려왔다. 그는 반복적으로 쌓여 있는 상품과 복잡한 간판들을 평면적으로 도안처럼 만드는 작업에서부터 도시의 야경, 그리고 최근에는 도시의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풍경을 정물의 대상처럼 동일시하는 시각에서 연결된 단색조의 정물화를 신작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와 변화 속에서도 작가의 작업에서 배경색을 칠하고 시트지를 전면에 붙이고, 그 위에 이미지들을 그려 낸 후 칼로 오려내는 방식은 고스란히 유지되어 왔다. 그는 화면에 등장하는 대상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 밑으로 배경색들이 드러나게 하는 이중의 레이어를 통해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이 서로 개입하여 나타나는 새로운 회화적인 표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가 추구하는 마치 부조처럼 보이는 조각적 방식으로 인해 화면 전체에 파편적으로 드러나는 선은 이미지들을 완벽하면서도 불완전한 풍경으로 보여주고, 한편으로는 재현적인 회화와 추상적 회화가 혼재되어 나타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들과 동시에 이번 전시에서 필자가 주목하게 된 것은 전시장을 마치 회고전과 같이 지금까지 작가로서 활동해온 시간 동안 해온 작업들이 전시장에 빼곡히 전시되고 있는 모습이다. 각 벽면에 자신의 작업에 대표적인 색인 검정, 갈색, 녹색, 분홍으로 구분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시트지를 사용하여 벽에 직접 작업을 하거나 기존의 작업과 함께 색 면으로만 채워진 캔버스를 걸어 놓았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이런 전시방식을 선택하였을까? 작가라면 누구나 작업은 시작점에서부터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 온다. 또한 작가로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을 것이고, 좌절하기도, 예술가로서 처한 창작의 고민 이외에 삶의 환경에 대한 고민도 해왔을 것이다. 이는 실제적으로 작업에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욱 많다. 그 만큼 자신의 예술관을 세우고, 이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모든 예술가들이 가진 어려운 일이다. 이는 박상희 작가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의 프로그램인 SO.S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전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2년여의 시간 동안 전문가들과 함께 나눈 내면적 고민들이 응축되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앞구르기」는 그가 고민 했던 작가적 시간에 대한 의미들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앞구르기는 앞을 향해서 굴러가지만 일어서서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지는 돌고 있는 동안에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또한 앞구르기를 처음 시도할 때에는 긴장과 불안함을 느낀다. 아마도 그의 작가적 삶도 앞구르기를 하다가 확인하고 다시 구르고 또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이는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것이기에 혼자만의 고민으로 점철된 자기 수행의 시간이다. 이렇게 전시장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작업에 대한 내용과 기법과 같은 것이 아니라 작가로서 응축된 심리적인 풍경이다. 그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너무 밖을 보려고만 했었다고 이야기 했듯이 SO.S 라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직시하기 위한 계기로써 이번 전시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그의 작업들은 창작자 주체의 감성을 드러내기 보다는 자신의 주변을 관찰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객관화하여 특수한 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삶의 환경에 대한 감각들을 관객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설치 작업과 같은 모습은 과거에부터 현재의 작업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내면에 감추어 두었던 작가 개인의 감정들을 공간 그 자체로 확장시켜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온전히 드러나는 박상희만의 회화적 공간이다.
정리해 보자면 작가가 보여주는 작품 하나하나의 의미도 중요하겠지만, 전시장을 전반에 흐르고 있는 작가로서의 시작점에서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현실에 대한 심리적 풍경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시 이후에 그의 작업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이번 전시는 박상희의 작업의 지금까지와 지금부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동시에 가늠하게 해주는 변곡점이 될 것이다. ■ 신승오 / 페리지 갤러리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