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0년대 이래 동시대인들로부터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파란을 일으킨 팝아트. 찬사도 비난도 기념비적인 일화가 됐고, 반세기를 넘기면서 이 또한 고전이 돼 가는 느낌이다. 독창성도 깊이도 없는 잡식성에 뻔뻔하기까지 한 날것의 양식이 이제 특유의 붙임성을 발휘하며, 깜찍함에 깊이를 곁들인 트렌드로 정착되고 있다.
화가 박상희, 그는 생경한 팝양식을 더욱 과장된 필치와 색조의 표현주의적 화면과 결합시켜 드라마틱하고 생기발랄한 독창적 양식으로 다듬어가고 있다.
화면 곳곳에 칼집들이 널렸다. 표면에 칼집이 남겨질 때마다 아래 레이어가 드러나면서 변검술처럼 색이나 패턴이 바뀐다. 멀쩡한 화폭에 굳이 자해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귀한 취미를 내려놓고서 몸소 저자에 널린 광고 포스터의 곁으로 임재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이재언 미술평론가·인천 아트플랫폼 관장